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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읽기, 그리고 뇌의 변화

by tsory0420 2025. 5. 4.

디지털 시대의 읽기, 그리고 뇌의 변화

뇌과학자이자 문해력 연구의 권위자인 Maryanne Wolf는 디지털 시대의 읽기가 우리의 사고와 뇌 회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오랜 시간 탐구해왔습니다. 그녀는 『Reader, Come Home』이라는 책을 통해 전자책,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스크린 기반 읽기가 우리의 뇌를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를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풀어냈습니다.

읽기는 선천적인 능력이 아니다

Wolf는 읽기를 '인간의 뇌가 후천적으로 습득한 기술'로 봅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읽기를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지 않으며, 읽기를 통해 뇌의 여러 회로가 새롭게 연결되고 확장됩니다. 이러한 읽기 회로는 단순한 문자 해독을 넘어, 공감, 자기 성찰, 비판적 사고까지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됩니다.

스크린 읽기는 얕고 빠르다

전자책이나 디지털 문서에서의 읽기는 종종 '얕은 읽기(skimming)'로 이어집니다. 디지털 환경은 속도, 효율, 다중 과제(multitasking)를 강조하기에, 우리는 자주 텍스트를 건너뛰고, 키워드 중심으로 정보를 스캔하는 습관을 갖게 됩니다. 이는 깊은 이해와 감정이입을 가능하게 하는 '심층 읽기 회로(deep reading circuit)'를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심층 읽기 능력의 퇴화?

Wolf는 이러한 얕은 읽기 습관이 지속될 경우, 우리의 뇌는 점점 '빠르게 반응하고, 느리게 사유하는' 능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디지털 매체는 분명 접근성과 확장성 면에서는 탁월하지만, 깊이 있는 읽기와 복합적 사고를 요구하는 텍스트—예컨대 고전 문학, 철학, 논문—를 읽는 데 있어 방해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디지털 문해력의 이중성: Biliteracy

그렇다면 전자책은 무조건 나쁜 걸까요? Wolf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그녀는 "이중 문해력(biliteracy)"을 강조합니다. 이는 종이책과 스크린,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각각의 장점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정보 습득은 디지털에서, 사유와 공감은 아날로그에서—이런 분별력이야말로 미래 문해력의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를 위한 제안

Wolf는 디지털 시대에도 심층 읽기를 되살릴 수 있는 몇 가지 실천을 제안합니다.

  • 매일 일정 시간 종이책을 읽자. — 깊은 사고를 위한 고요한 시간을 확보하세요.
  • 디지털 독서를 할 때도 몰입을 시도하세요. — 알림을 끄고, 하나의 텍스트에 집중하세요.
  • 아이들에게 이중 문해력을 교육하세요. — 단순한 스크린 사용이 아닌, 읽기 방식의 균형을 가르쳐야 합니다.

마무리하며

Maryanne Wolf는 단순히 '전자책은 안 좋다'는 이분법적인 주장을 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오히려 기술과 인간성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를 돌아보자고 제안합니다. 디지털은 멈출 수 없는 흐름이지만, 우리의 뇌와 사고는 여전히 느림과 깊이를 갈망합니다. 지금 이 순간, 한 장의 책을 펼치는 일이 더 의미 있어지는 이유입니다.


출처: Maryanne Wolf - Reader, Come Home / Scientific American 외